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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우리교육 2012년 봄호
[어깨동무 - 전쟁없는세상&동성애자인권연대]
우리는 거부한다, 편견과 차별과 폭력을! | 취재편집팀

할 말이 많았다.
인정없이 흘러가 버리는
약속된 시간을 야속해하던 그들…
봄호 어깨동무는


전쟁없는세상
동성애자인권연대다.

 

우리는 거부한다,
편견과 차별과 폭력을!

 

한파에 내린 눈이 곧바로 빙판길이 된 1월 31일, “좋은 세상 한번 만들어 보자!” 외치며 균열을 내기로 작정한 ‘전쟁없는세상’과 ‘동성애자인권연대’를 만났다. “이만큼 포용해 줬으면 됐지 왜 계속 딴죽을 거느냐”며 비국민이다, 교주다 언어폭력을 당하기도 하지만 쾌활함과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이들은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인권과 평화를 지키고, 너와 나 ‘우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참석 

양여옥 - 전쟁없는세상
조은    - 전쟁없는세상
곽이경 - 동성애자인권연대
장병권 - 
동성애자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은 어떤 단체?


양여옥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평화운동 단체이다. 2000년도 초반에 병역거부 문제들이 알려지면서 병역거부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졌고, 여호와증인이 아닌 정치적인 병역거부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3년도에 그런 사람들이 모여 단체가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점점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반전 평화주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평화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가 되었다. 지금도 역시 병역거부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는 있지만 다른 평화 단체들과 연계활동을 하면서 한국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군사주의 문제, 무기 문제, 국방부 문제, 안보 문제 등 전반적인 평화 문제에 많이 관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곽이경 활동가들은 몇 분 정도 있나?


양여옥 상근 체제와 같은 형태는 갖고 있지 않고, 사무실에서 활동비를 받는 활동가들은 세 명이다. 많이 늘었다. 그 외에 병역거부자들이 있고, 병역거부를 하고 감옥에 다녀온 친구들이 있고,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친구들, 그 친구들을 후원하는 후원회도 있다. 그래서 전체 인원을 가늠하기는 힘들다. 얕고 넓은 조직이다.


곽이경 우리와 비슷하다. 깊이 관여하는 사람도 특히 많이 없고.


양여옥 우리는 활동비라는 게 생계비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줄 수 있게 된 지도 얼마 안 됐다. 그전에는 자기 생업을 가지면서 활동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좀 더 나이가 들면서는 용돈 벌이 정도로는 먹고살기 힘드니까 점차 활동에서 멀어져 갔다. 그래서 어떻게 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있었고, 어느정도라도 상근비를 주는 상근 활동가를 두었고, 팀제로 운영을 하는 등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 묶어 내고 있다. 사회에서는 병역거부자들도 그렇고 군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할 공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모임에 많이들 와서 군대 문제로 고민하는 것, 감옥 가서 힘들었던 것, 출소 이후 취업이 어려운 점들을 나누면서 커뮤니티적 성격이 강화된 것 같다.

 

곽이경 그건 좀 의외다. 보통 평화 관련 단체라고 하면 커뮤니티 성격보다는 선도적인 활동가들이 전선에 나가서 몸에 막 뭐 걸고 치열한 싸움을 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쨌든 한국사회에서 병역거부를 한다고 하는 것은 여전히 금기시되지 않나. 이상한 사람 취급받고 그러는데, 그런 것이 궁금하다.

 

조은 우리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소수자 관련 커뮤니티일수록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에서 타격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단체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데, 이미 단체 안에 자리 잡은 커뮤니티 때문에 쉽게 오지 못하고 기웃거리다가 자기가 참여할 여지가 보이지 않으면 금방 나가는 경우들이 많았던 것 같다. 초기에는 병역거부자들이 많이 결합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병역거부자 자체에서도 출소 후에도 계속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생활적인 것을 공유한 병역거부자나 활동가끼리만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그래서 문제의식을 갖고 어떻게 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병역거부운동뿐 아니라 폭넓은 평화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다양한 관점이나 다양한 목소리들을 어떻게 수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크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어떤가?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어떤 단체?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는 1997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대학생 동성애자인권연합이라는 대학생 동성애자들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나는 2002년 말에 가입했다. 우리는 2010년 중반까지 한 번도 상근자를 두지 못했다. 그래서 전임 활동가 없이 다들 시간 쪼개서 활동을 하다가, 장병권 활동가가 2010년부터 고행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동인련에서 녹을 받는 첫 번째 상임 활동가가 된 것이다. 3D업종으로 알려져 있는 동인련이라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어쨌든 우리는 처음 상근 활동가가 생겨서 좋다. 그런데 사실 한 명이 모든 활동을 다 할 수는 없다. 전쟁없는세상과 비슷하게 비상근 활동가들이 훨씬 더 많고, 우리도 4~5명 정도가 팀을 이끌면서 여러 활동들을 기획하고 있다. 청소년 에이즈, 성소수자 노동, 연대 활동, 회원 모임 교육 등이다.전체회원 숫자는 300명 정도 된다. 최근에 많이 늘었다. 장병권 활동가가 몸 팔고 얼굴 팔고, (하하) 영화에 출연한 이후 최근에 많이 늘었다. 그전까지는 작게 운영되었다. 교육할 때는 정말 적은 숫자인데 송년회 같은 술 모임에는 70명 가까이 나온다.

 

장병권 아무래도 단체 특성인 것 같다. 우리는 주로 성소수자들이 회원이다. 직장이나 가족에게서 받는 스트레스, 누구한테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을 단체 안에서 나누다 보니,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초창기에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교과서 내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을 주장하는 것에 대응하고, HIV/AIDS에 대응하는 활동을 했다. 또 우리도 2002년도에 아프가니스탄전쟁 당시 반전 활동을 했고, 맞물려서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 동성애자 차별 조항에 대응했고, 이후에 또 이야기하겠지만‘계간’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하는 성행위를 비하하는 말인데 계간이 들어간 군형법 92조 조항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인 활동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청소년 자긍심팀, 성소수자 노동권 팀, HIV/AIDS 인권 팀이렇게 크게 세 축으로 나누어서 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곳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양여옥 대학교 때 반전운동을 열심히 했었다. 종교 동아리에서 활동했었는데 사실 2000년대 초반이 9·11테러나, 아프간 전쟁, 이라크전쟁 등 그 시기 사회운동 대부분이 다 반전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나. 당시에는 어떻게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가 내 삶에서 가장 큰 화두였다. 하지만 결국 전쟁은 일어났고, 우리나라는 파병을 했다. 패배감에 젖어 있었을 때 만난 게 병역거부였다. 전쟁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라든지 그런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군대라는 존재, 그런 군대의 일환이 되는 군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우리가 거기에 대해 거부를 해야 하고 내가 동참하지 않는 방식으로 뭔가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단순히 내가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외치는 것 말고는 전쟁을 멈출 수 없겠구나 하는 방식의 전환, 그런 과정에서 병역거부를 만나게 됐다. 활동하면서 많이 느꼈다. 이 사회에서 군대 문제에 대해 여자가 말한다는 게 사회에서나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감히 나는 군대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랬다. 왜 죄지은 것도 아닌데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보내느냐는 문제제기로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군대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이라든지 군대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체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를 더 평화롭게 만들 것인가가 내 문제로 다가왔고 그렇게 활동을 지속하게 됐다.

 

조은 전쟁없는세상에 참여하게 되는 사람들은 지인들의 소개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는 연줄이 전혀 없었다. 그냥 생면부지인 단체를 인터넷에서 보고 찾아가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활동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부분이 크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말 평이하게 순종적으로 살았다. 그런데 대학교에 오니 뭔가 속았다는 기분이랄까. 철학 공부를 하고 사회학 동아리에 있다 보니 더 그랬던 것도 같다. 기존에 배웠던 것들, 들었던 여러 가지 윤리적 감각들이 너무나도 현실에서 마주치는 것과는 괴리가 있었으니까, 거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알고 싶고, 뭔가 깨지니까 재밌는 부분도 있고, 자극이 되는 요소도 있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하나씩 찾아가던 중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군대를 갔다. 군대에 대한 문제 제기나 의식 자체가 전혀 없이 모두들 공기와 같이 흘러가듯 군대를 가니까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 그 과정에 오태양 씨를 알게 됐다. 그분은 여호와증인이 아니면서 최초로 병역거부를 한 분이다. 보통 사람들은 군대를 당연시하고 군대 제도나 문화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데 어떤 맥락에서 어떤 사람들이 병역거부를 하는지 궁금증이 들어 찾아가 봐야겠다고 했던 게 낚여 버린 것이다. 찾아간 곳이 전쟁없는세상이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상당히 공감 가는 부분들, 자극이 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함께 활동을 해 보고 싶었다.

 

장병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나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계기가 된 것이 1994년도일 것이다. 당시 SBS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을 했었다. 그 방송에서 동성애자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는데 전부 트랜스젠더들만 나오더라. 방송을 보는 내내 그럼 나도 내 정체성을 가지고 가려면 트랜스젠더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고민을 했던 게 기억난다. 그렇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찾을까 고민만 하다가 대학에 가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가 보니 없었다. 그나마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학생회 사람들 틈에서도 딱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가 고민해 왔던 건 인권운동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했고, 내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단체가 좋겠다는 생각에서 동인련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군대 문제가 걸리게 된 거다. 양심적 병역거부 이야기를 듣긴 했었지만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어느 한정된 시간까지 있어야 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 하다가 상근 예비역 판정을 받고 한 달간 훈련소에 있다가 나왔는데 동인련 활동을 하게 된 계기라든지 군 복무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고민을 했던 시기가 그때 맞물렸던 것같다.


곽이경 1990년대 후반에 내가 가장 어려워 했던 것은 내 스스로 호모가 되어야 하나라는 고민이었다. 관련 정보가 얼마 없어서 엄마 몰래 신문 스크랩을 정말 많이 했었다. 대학에 와서는 처음 커뮤니티에 나간 게 1999년이었다. 그때는 내가 한 발 디뎠다는 사실에 마냥 좋아했지만, 이렇게 운동 단체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 것 같았고 무서웠다. 그러다가 2002년도에, 아마 노동절 집회였을것이다. 그때 무지개 깃발을 처음 보았다. 깃발 앞에 가시처럼, 정말 마른 몸집을 가진 게이 두 분이 외롭게 깃발을 지키고 있었는데 내 정체성을 아는 분들이 깃발 앞으로 끌고가서 그분들을 소개시켜 줬다. 나는 누가 볼까 봐 무섭고 두려워서 도망갔다. 하지만 이래선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다시 무지개 깃발을 봤을 때는 가입을 해서 지금까지 왔다. 동인련이 성소수자운동을 해서 가입했다기보다는 사회 연대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무지개깃발과 함께 연대하여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전쟁 반대 운동에도 관심을 많이 두는 것 같아 가입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단체에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조금 덜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으로 남아있었던 시간이 길었고, 그 시간 끝에 어쨌든 단체에 들어왔고 누군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에 해방감이 컸다.

 

 

 

소수자 단체로서 토로하고 싶은 게 있다면?

 

조은 병역거부를 한다고 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감옥을 가게 되니까 친구든 가족이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진짜 없다. 결국은 부딪칠 수 밖에 없고 거기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양여옥 개인적으로 부모님의 반대는 둘째 치더라도 병역거부자들의 부모님들이 우리를 찾아오시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토론회를 할 때인데 아들이 병역거부자인데, 집을 나갔다며 한 어머니가 오셔서 나한테 아들 내놓으라고 하셨다. 활동에 돈이 필요한 것이냐, 이런 식으로 세를 늘리려고 하냐면서 나를 교주 취급하시더라.


곽이경 일반 어르신들 중에는 병역거부를 종교와 비슷하게 보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양여옥 하지만 결국엔 아무리 뜯어 말린다 해도 일단 병역거부자들이 군대를 안 가면 감옥에 들어가니까 그때부터는 방법이 없으니 포기하신다. 그러면서 면회도 하고, 편지도 쓰시는데 그때부턴 어머니들도 감옥이라고 말씀하신다. 당신 자식이 감옥에 가 있으니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자도, 맛있는 걸 먹어도 계속 아들 생각이 난다는 거다. 그리고 내 자식이 군대를 안 가서 감옥에 끌려갔다는 말을 누구한테 이야기하겠나, 공감해 주는 이가 없는데……. 특히 부모님 세대에서는 군대를 안 간다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고, 군대를 안 가면 전과자가 되고, 전과자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기시니……. 그리고 사람들이 병역거부를 하고 그다음에 출소 하고 나서 어떻게 사는지를 물어볼 때는 얼마나 힘드냐를 물어보고 싶은 거다. 대부분 각오를 했던 부분들이기에 감수하신다. 공무원이 되려거나 출마를 하려거나 대기업 취직이 목표가 아닌 사람들은 그런 부분에서 오는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남성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가 된다.

 

장병권 부모님의 반대나 병역거부를 하고 감옥에 가게 되는 과정들을 보면 동성애자들 특히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들이 많은 것 같다. 부모님한테는 물론 친구들한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혹시나 자기 존재가 드러나게 돼서 아웃팅 당하게 되면 교사에 의해서 부모님에게 일방적으로 알려져 정신병원을 전전하게 되기도 한다. 동성애자를 보호해 주거나 이해해 준다거나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나 장치들이 없었을 때 막바지에 다다르면 생각하게 되는 게 자살이다. 동성애자나 성소수자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하고, 한국 사회에서 군대는 당연히 가야 하는데 이들은 군대에 안 가는 비국민이고, 동성애자는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식으로 계속 낙인을 찍는다.


조은 공격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한번 이슈화되면 집중이 되지 않나.

 

곽이경 사이트가 해킹을 당해서 대문 화면이 바뀌었던 적이 있었다. 동인련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에 엑스 표시를 해 놓은 이미지가 뜨더라. 깜짝 놀랐다. 이런 데에 시간을 쏟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한국은 신기한 게 레드콤플렉스와 군대와 성소수자가 연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기막히게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어버이연합과 고엽제 전우회 이런 단체가 대표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단체이다. 이분들이 우리가 군형법 92조 위헌 소견을 냈다고 사무실을 점거하고 난리를 피우면서 하는 말이 군대에 간 내 아들 동성애자한테 에이즈 옮아 돌아와서 죽고, 동성애자들이 군대에 많이 가니 군 기강 무너지고, 김정일만 좋아해서 남한은 초토화된다고 하더라. 우리가 과연 군대에 가서 구실도 못할 정도로 비정상적인가. 여기에 또 낙인이 있는 건데, 이를 잘 빠져나가는 논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에 대응하는 논리들을 세워 나갈 때 고민되는 부분이 동성애자들도 군대에 가서 생활을 잘한다고 이야기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못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인데, 그러면 뭔가 제3의 대안으로 구조적 문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정상 논리를 잘 벗어나면서도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정리는 안 되는데 그런 부분은 계속 고민이다.


조은 단체 지향점과도 연결이 되는 거라고 생각된다. 우리 역시 단체가 군대를 다 안 가서 뭐하겠다는 것이냐, 모병제를 원하는 것이냐, 아니면 군대 폐지냐에 대해서 논의가 많았다. 병역거부자 개개인은 그런 가치들이 너무나도 상이하다. 병역거부자 안에서도 선택적 병역거부자라고 해서 군대 자체는 인정하는데 이라크 참전처럼 일부 전쟁에 대해서만 거부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도 있다. 단체가 군대를 폐지해야 한다고 포지션을 취하는 것도 모호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쟁없는세상이란 단체가 가진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 포지션을 취할 수 있었던 부분은 인권 단체 혹은 평화 단체라는 것이다. 동인련도 비슷하지 않나? 단체가 지향하는 바를 인권 쪽에서 접근해 보면 군대 안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게 여러 장치들을 마련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고, 평화단체 쪽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해 보면 군대 자체에 대해 아예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 모두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 지향점을 찾아가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우리도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장병권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사병이 군대에 적응하지 못해 상담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이 군대 안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군 복무를 회피하는게 아니냐면서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입증할 수 있는 성관계 사진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 사건 때문에 국방부와 해당 부대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한마디로 군 기강을 해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더라. 하지만 그 사건 이전에는 군대 안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의 주범이 동성애자라고 알려졌다면 이후에는 군대가 오히려 성소수자들을 폭력적으로 대한, 한마디로 성소수자들이 피해자로 이야기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 군대라는 건 나라를 지킨다는 개념도 있지만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역할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과연 동성애자를 떠나서 우리 단체가 군대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찬성해야 하는가, 아니면 묵인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숙제가 있다. 실제로 외국은 성적 지향에 의한 대체복무와 같은 것들이 인정되고 있다. 심지어 독일이나 대만 등 징병제 국가에서도 대체복무가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양여옥 한국이 유난히 심한 것 같긴 하다. 병역 기피 문화와 맞물리는 부분이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다 없애려고 하다 보니……. 사실 우리는 군대를 안 가는 방법이라고는 감옥에 가서 면제를 받는 방법밖에 모른다. 우리 쪽에 연락하는 사람들 중에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사회성이나 소통 자체도 문제가 많고 정신적인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 사람들이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대부분 병역거부를 못 하니까 결국엔 군대를 가게 되는데 사실 군대가 이들을 감당 못하고 있지 않나. 이것은 군대 안에서 자살률이 높아지거나 하는 문제들과도 연결이 되는데, 왜 모든 사람을 군대에 끌고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장병권 흔히 이야기하는 군사 문화라고 하는 것들이 한국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들을 경직시킨다. 병역거부자나 성소수자를 독특하고 특이하게만 여기지 그들을 포용하려고 노력하진 않는다. 그래서 교육제도 안에 그것들이 녹아 있어야 한다. 작년 서울에서 있었던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데 우리가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앞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양여옥 작년 8월에 헌법재판소가 다시 병역거부자 처벌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10년이 그런 식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로 넘어갔다. 우리가 한 운동이 다양한 방식들이었고, 한국 사회에 준 의미가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병역거부자 처벌 합헌으로 결정이 났고, 여전히 군대를 거부하면 감옥에 가고, 대체복무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도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고민들을 하고 있다. 병역거부운동이 단순히 대체복무제도로 수렴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 주건 말건 간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사회에 많이 하자는 취지에서 우리 사회에 팽배한 군사주의 문화에 어떻게 저항해 나가야 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좀더 평화로운 세상으로 만들어 나갈 건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장병권 앞에서 잠깐 이야기한 군형법 92조 5항 계간 또는 기타 추행한 자는 징역과 벌금에 처한다는 부분에서 동성애자를 처벌해도 된다는 합헌 결정이 났다. 한국 사회에서 유일하게 동성애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다. 우리는 그에 대응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없애라고 했는데 국방부에서는 꿈쩍도 안 한다. 한편으로 여러 곳의 교육기관에서 요청이 오면 강연도 나가고 있고, 성소수자들이 자체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자긍심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 그것을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고민도 하고, 당사자들이 와서 프로그램도 만들고 동성애자 상담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두 단체가 함께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조은 두 단체가 가진 공통점은 금기를 깨는 것, 이성애 중심주의를 깨는 것이다. 군사주의 문화 자체는 남성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고, 남성성 강화는 이성애 중심주의와 연결이 되지 않나. 각각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들이 중첩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교육적인 부분들도 그렇고, 인권조례라든지, 탈학교 부분도 기존의 군사 문화 자체에 대한 거부로 접근할 수 있으니까 같이 연대해서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다. 우리 단체가 최근에 병역거부운동 10주년을 기념해서 여러 가지활동들을 기획하고 있다. 병역거부운동 자체가 하나의 평화운동, 인권운동으로서 다른 단체 분들과 연대할 지점들이 많다. 그래서 다른 분들이 병역거부운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우리가 그 분야들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교류해 보자는 취지로 분야별로 주기적인 토론회를 하려고 한다. 가장 먼저 거론된단체 중 하나가 동인련이다.


장병권 전쟁없는세상이 제안한 그런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우리 안에서도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이나 아니면 성소수자이지만 평화, 인권에 대한 부분들을 이야기하면 대체로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꼭 이야기돼야 한다.

 

 

 

못다 한 말이 있다면?

 

장병권 동인련 활동을 하게 되면 성적 지향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이해 보이지 않고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불안해 보이거나 걱정이 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일부 교사들은 교실 안에 단지 남녀만 있다고 보는 듯하다. 얼마나 다양한 아이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들이 보장되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안전하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표현할 줄 아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다면 졸업 후에 자기의 삶을 좀 더 다양하게 꾸밀 수 있을 것 같은데, 학교안에서 그런 것들을 너무 획일적으로만 생각하고 권리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자기에게 더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짓밟는 것 같다. 교사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나 학교 시스템의 문제로 보지 않고, 아이들의 문제 또는 학생들을 자유롭게 풀어 주는 학생인권조례나 사회분위기로 아이들이 망칠 거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


곽이경 사람을 통제하는 기관에서 소수성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청소년들도 군대같은 학교에서 살지 않나. 그래서 탈학교를 많이 한다. 어떻게 보면 견딜 수 없기도 하고, 한편으로 보면 주체적인 입장에서 견디지 않기도 하는 것 같다. 근데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학교를 나온다고 하면 수긍해 주면서도‘나는 이것을 거부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한다. 청소년들도 자기가 주체적으로 탈학교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꼭 폭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내가 여기에서 더는 의미를 찾지 못했을 때 그 교육을 거부할수 있는 권리도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엄청난 논쟁이 되고,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개정이 돼서 공포가 됐다. 그 과정들이 굉장히폭력적이었지만 견고한 벽에 균열을 내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기뻤다. 정말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양여옥 앞으로 10년 운동을 고민하다 보니 평화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냥 평화라고 하면 온화한 이미지이다. 갈등을 없애거나 무마시키는 방식으로 평화교육이 이뤄지고 그게 평화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본다면 평화운동이라고 하는 게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이고, 우리 삶 곳곳에 군사주의 문화가 숨어 있는데 이것을 다 찾아내고 저항하고 바꾸려는 운동은 어찌 보면 급진적인 사회 변혁 운동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란 마냥 좋고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켜 가는 것이고 거기에 속해있는 내가 변하는 거구나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전쟁없는세상


이메일 : peace@withoutwar.org
사이트 : www.withoutwar.org


전쟁없는세상은 평화운동 단체로서 군사주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저항을 모색하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이 만들어 가고자 하는 평화는 결과이기보다는 과정이다.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 역시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어야 한다.

 

비폭력은 폭력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내려는 성찰이자 모든 생명과 인권을 바탕에 둔 적극적인 평화의 가치이다. 국가의 강제징집에 대한 비폭력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병역거부 운동을 시초로, 다양한 활동에서 비폭력을 고민하고 직접 실천하고자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는 그림으로 그려질 수 있는 평화로운 상태라기보다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뇌하고 그리고 변화해 가는 평화이다. <전쟁없는세상>은 평화의 의미를 고정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확장하고 재해석하면서 평화운동의 영역을 넓혀 가고자 한다.

 

사무실은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22-9번지 3층, 전화는 02-6401-0514이고 후원 계좌는 국민은행 543001-01-305291 예금주 양여옥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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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lgbtaction
페이스북 : lgbtaction
사이트 :
www.lgbtpride.or.kr
웹진 : 너, 나, 우리 ‘랑’  lgbtpride.tistory.com


동성애자인권연대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인터섹슈얼 등 성적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 여 성소수자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 는 단체이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성애자들도 동 등한 위치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성정체성, 성별, 나이, 학력, 질병 유무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에 대해 존중하고 스스로의 인권 감 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천'과 '연대'라는 주요한 활동 원칙 아래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이 존중받을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꿈꾼 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 력할 것이다.


전화는 070-7592-9984이고 후원 계좌는 국민은행 042601-04-000151 예금주 정민석(동인련)이다.

 

 
어깨동무 - 전쟁없는세상&동성애자인권연대

우리는 거부한다, 편견과 차별과 폭력을!

취재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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