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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우리교육 2015년 가을호
[함께 읽어요 - 교육]
‘교사로 살기’에 관한 고백적 서사 | 함영기
‘교사로 살기’에 관한 고백적 서사
<교사가 교사에게>


글. 함영기

 
《교사가 교사에게》는 한 교사의 교육적 실천에 대한 자기 고백적 서사이다. 동시에 실천적 고백과 교육적 맥락을 부단히 연결하고자 힘쓴 글이다.

교사 이성우는 현장 경험에 기초하지 않은 이론과, 그저 경험으로 그치는 실천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분리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 책은 교사들에게 반가운 책이다. 그러므로 제목을 ‘교사가 교사에게’로 정한 것도 맞춤하다. 이론과 실천을 연결 짓는 글은 이론 혹은 실천만을 기술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교사로서 본인의 실천에 이론적 맥락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혹자는 생생한 실천이야말로 어떤 이론보다 귀하다고 얘기하지만, 좋은 이론에서 좋은 실천이 나오고 실천의 방향이 바로 잡힌다. 그동안 실천과 유리된 이론을 많이 접한 탓에 이론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 있지만, 교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론 공부를 해야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실천을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이 책의 전체 짜임은 저자의 교육 경험과 실천이 먼저 나오고 이를 교육학적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며 분석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과 최선의 가르침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그 열의가 교사 존재론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 입니다. 그 밖에 모든 것은 다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44쪽)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저자의 답이다. 이 물음에 저자는 ‘사랑’과 ‘가르침’으로 답한다.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러나 이 상식이 그동안 현장에서 종종 왜곡돼 왔음을 기억한다면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들자고 하는 저자의 제안은 충분히 타당하다. 비상식의 처음은 가르침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승진에 목매는 풍경이다. 저자의 경력으로 보아 승진을 위해 힘쓰는 동료들을 꽤 경험했을 법하다. 외재적 동기보다 내재적 동기에 충실하게 반응하자는 것, 그것은 곧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을 가르침으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호 대립하는 두 가지 개념을 붙여 자신의 교육관을 피력한다. 가령 놀이와 학습, 권위와 허용, 진보와 보수, 이론과 실천, 비움과 채움, 가르침과 배움, 나와 너, 아폴론(이성)과 디오니소스(감정) 등이 교육적 상황과 맥락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적하는 일이 그것이다. 어느 한편을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물이 어떻게 갈등하면서 발전하는지를 풍부하게 보이고 있다. 여기서 저자의 공부 깊이가 드러난다.

“통합적 관점으로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는 리더십이 강한 반장 아이의 빛나는 자질 이면에 있는 잠재적 독재성을 간과하지 않으며, 소심한 성격의 아이에게 아직 발현되지 않은 빛나는 장점을 발굴해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를 할 것입니다.” (111쪽)

이 한 문장에서 교육 현상을 볼 때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보려하는 저자의 교육관과 아동관을 살펴볼 수 있다. 논리 실증주의자들이 교육 상황과 맥락에서 종종 외면하기 쉬운 ‘질적 시선’이다. 아이즈너는 아이를 바라보는 질적 시선을 ‘미학적 감식안’이라 하였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육 실천이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사는 예술가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남다른 감수성을 가졌으되 맹목적 학력 신장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삐딱한 아이들은 혹 모차르트와 같이 이 다음에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할 잠재성이 있는 아이로 봐야 합니다. (…)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학업성적만을 강조하는 교육 시스템은 잠재적 예술가를 잃는 동시에 잠재적 파괴자를 만들어 내는 점에서 이중적인 사회적 손실을 낳는다 하겠습니다.” (206쪽)

과학적 교수 기법을 신봉하는 교사는 하나의 제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으로 교육 실천을 사고할 것이다.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기술이 향하는 곳은 ‘불량품이 없는 표준적 결과’ 일 것이다. 그것에 반해 예술 활동은 하나하나의 작품에 혼을 불어넣는 과정이다. 아이들을 작품으로 볼 것이냐, 제품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교사의 가르침도 달라질 것이다. 저자가 가진 이러한 예술적 감각이 초등 교사에게 필요한 섬세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는 현장 교사 시절 교사 문화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남교사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이 책을 보니 ‘학교 친목회에 재미 붙이지 말기 바랍니다’ (34쪽)란 글이 있다. 그래서 잠시 웃었다. 제목만 보고도 두 가지 맥락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공부하는 교사들은 시간이 많이 부족하여 소모성 약속을 잡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친목회 등을 소모적 시간 낭비라고 보았구나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사적 관계와 공적 영역에 대한 저자 나름의 생각이 확실하게 틀잡혀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것 외에도 저자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페이퍼 워크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을 것을 주문한다. 이런저런 보고서를 빠른 시간에 잘 써내는 교사가 유능한 교사로 호명되는 세태를 역설적으로 꼬집고 있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전교조의 명암’ 편에는 전교조를 향한 결기 어린 비판이 나온다. 언젠가 블로그를 통해서 한 번 보긴 했지만, 전교조의 조직 문화와 관행에 대한 서늘한 지적과 비판이 이어진다. ‘전교조 정파(저자는 종파 패거리로 표현)’ 활동을 열심히 해 온 교사들은 이 글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조직 문화에 대한 지적과 비판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경청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미리 예측을 좀 해 보자면, 저자의 이런 주장에 대한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렇게 대응하지 않는 것이 운동에서 정파 활동의 특징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전교조를 포함한 현 시기 ‘조직 운동’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혼돈과 진통의 시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교육 운동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내 생각에 지금은 그런 시기이다. 저자는 이 과정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요즘 당장 교실에서 쓸 맞춤형 수업 자료 혹은 방법을 기술한 책을 편식 독서하는 많은 교사들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단기간에 교사로서 전문성을 신장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탈전문화의 길을 걷게 하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단적으로 말해 《교사가 교사에게》는 탈전문화의 길을 전문성 신장이라 착각하는 교사들이 정독해야 할 책이다.



함영기 webtutor@sen.go.kr
사춘기 아이들과 30년을 지냈습니다. 교사 공동체 ‘교컴’을 18년 동안 이끌었습니다. 올 3월 서울교육청의 교육연구관으로 전직하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바람직한 교사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교사의 성장은 잘 구조화된 연수가 아니라 좋은 책, 좋은 사람, 좋은 대화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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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살기’에 관한 고백적 서사

함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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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imskings(jaimskings) 2017-03-25 오전 11:22:37  
  • jaimak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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